Schweinedarm
저희 소세지는 왜 두꺼울까
쉬운 길이 몇 번 있었는데, 그때마다 가지 않았습니다.
「왜 이렇게 두꺼워요?」
손님들께 자주 듣는 말입니다. 답을 하려면 조금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독일에서 소세지를 만들 때는 양 내장을 씁니다. 한국에서는 구할 수 없었습니다.
쉬운 길이 있었습니다
콩으로 만든 인공 케이싱이 있습니다. 그걸 쓰면 바로 만들 수 있었습니다. 얇게 뽑히니 굽기도 쉽고 실패할 일도 적습니다.
쓰지 않았습니다. 저희가 알던 소세지가 아니었으니까요.
대신 돼지 내장을 찾았습니다. 쓸 만한 것을 구하기까지 오래 걸렸고, 그 사이 수없이 다시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두껍습니다
돼지 내장은 양 내장보다 두껍습니다. 소세지도 그만큼 두꺼워집니다.
두꺼우면 익히기가 훨씬 어렵습니다. 겉이 익는 동안 속이 따라오지 못하기 쉬워서, 굽는 시간과 불을 지금도 매번 맞춰 가며 냅니다. 이건 저희가 치르는 대가입니다.
대신 남는 것이 있습니다. 육즙과 풍미입니다. 얇은 케이싱에는 그만큼 담기지 않습니다.
안 한 것이 하나 더 있습니다
저희 소세지는 훈제하지도, 말리지도 않습니다. 방부제도 MSG도 넣지 않습니다.
그래서 오래 두지 못합니다. 만든 날에 가깝게 드시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오래 가게 만드는 방법은 있습니다. 넣지 않기로 한 것을 넣으면 됩니다. 저희가 지키려는 건 유통기한이 아니라 드시는 분의 건강입니다.
대신 바꾼 것도 있습니다
만드는 방식은 독일 그대로 두었지만, 간은 그대로 두지 않았습니다. 독일 소세지는 한국 분들께 짜게 느껴집니다.
한국 사람의 입맛을 생각해 덜 짜게, 저희가 직접 맞췄습니다. 지켜야 할 것과 바꿔야 할 것을 나누는 데 시간이 제일 오래 걸렸습니다.
두께는 실수가 아닙니다.
쉬운 길을 안 간 결과입니다.